20년 '국가수반' 역할..북한 외교의 그림자 거물, 97세로 타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 무대의 상징적인 '얼굴' 역할을 해왔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3일 9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으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지난해 6월부터 대장암으로 투병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북한은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 형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된 고인의 시신을 찾아 조문했다. 국가장의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 지도부가 이름을 올렸다. 조문은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발인은 5일 오전 9시로 예정되어 있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은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 등 핵심 외교 부서를 거치며 전문성을 다진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일성 집권 시기부터 주요 외교 요직을 두루 역임하며 북한 외교의 역사를 함께 해온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의 경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1998년 9월부터 2019년까지 무려 20년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직을 맡아 헌법상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대외 활동을 기피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정상외교를 도맡으면서 북한의 대표로서 국제사회에 얼굴을 알렸다. 그는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고위 간부들이 흔히 겪는 좌천이나 '혁명화' 과정을 한 번도 거치지 않고 60년 넘게 공직을 유지한 보기 드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9년 고령을 이유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김정은 정권에서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 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남북 관계의 역사적인 순간에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한하여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이 외에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그의 사망은 북한 외교의 오랜 상징이자 3대 세습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던 인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