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그럼에도 낙태하기 힘들다

대한민국 법은 더 이상 낙태를 범죄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임신 중지 수술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이다. 막막한 여성들은 결국 SNS에서 유산 유도제를 구매해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는 약을 복용하고 유산에 나선다. 

 

졸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 씨(21)는 졸업과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어 준비되지 않은 시점에 찾아온 아이를 지우려고 결심하고, 인터넷에서 구한 유산 유도제를 삼켰다. 그는 "막상 임신이 현실이 되니 아기가 아니라 종양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약이 가짜일 수도 있었지만 아기를 낳는 것보다 죽는 게 차라리 나았다"고 밝혔다.

 

수년간 피임을 잘해오다가 딱 한 번 피임하지 않았던 박 씨(28)는 임신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울 돈은 준비되지 않았고, 남자친구도 낙태를 종용했다. 유산 유도제를 삼킨 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끝을 보았다. 박 씨는 "유산 유도제가 가짜면 쇼크가 올 수 있다. 하지만 은밀한 방법이 아니면 구할 수가 없고, 약이 진짜인지도 구분할 수 없다. 차라리 중절 수술이 제도권에 올라와서 떳떳하고 안전하게 진료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임실 중절을 고심하는 여성의 어려움을 논하면 혹자는 "할 때는 좋았으면서 지울 때는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비난을 가한다. 그러나 피임은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것이며, 그마저도 남성의 피임법인 콘돔은 '끼면 느낌이 안 사니까 안 끼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여성의 피임법은 최소 몇 주 전부터 계획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사후피임약은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는다.

 

이런 사례를 막기 위해 피임을 중시해야 할 것이며, 피치 못한 사유 때문에 낙태를 결정하는 이들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