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난리 난 '살구색' 수능 샤프…그런데 왜 매년 색깔이 바뀔까?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들에게 지급된 '살구색' 샤프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시험장에서 배부된 샤프는 유미상사의 'E미래샤프' 모델로, 산뜻하고 부드러운 연어빛 색상이 많은 수험생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올해 수능 샤프 색깔이 역대급으로 예쁘다", "주황색 계열이라니 독특하고 마음에 든다" 등 호평이 이어지며 수능의 긴장감 속에서 잠시나마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는 평이다. 이처럼 매년 수능 샤프의 디자인과 색상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하나의 '수능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사실 수능 시험장에서 샤프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는 2005학년도에 발생한 대규모 휴대전화 부정행위 사건을 계기로 2006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되었다. 당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평가원은 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개인이 필기구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샤프와 컴퓨터용 사인펜만 사용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특히 샤프의 경우, 비슷한 외형의 제품에 소형 카메라 등을 장착해 부정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매년 색상을 달리하고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1987년생부터 경험하기 시작한 '수능 샤프'는 이제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공정한 시험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상징이 된 셈이다.

수능 샤프 공급 업체는 매년 조달청 입찰을 통해 새롭게 선정된다. 제도 도입 초기 5년간은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사용되었고, 이후 바른손, 동아연필, 제노에스앤디 등 다양한 필기구 업체들이 번갈아 가며 참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2006년부터 2026년까지 단 한 번도 같은 색상의 샤프가 지급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부정행위 방지라는 목적을 위해 과거 수능과 중복되지 않는 색상을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연도별 색상 변천사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파란색, 회색 등 차분한 색상이 주를 이루다가 점차 하늘색, 연두색 등 밝은 톤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민트, 에메랄드, 파스텔톤 등 다채로운 색상이 등장하며 수험생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수능 샤프는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이자 상품으로 진화했다. 시중에서 1,000원에 불과한 샤프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합격 기운'을 담았다는 명목으로 수십 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연습하기 위해 미리 동일 모델의 샤프를 구매하기도 하며, 이는 샤프의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최근에는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서울대 의대 합격생이 사용했다는 2025학년도 수능 샤프가 정가의 45배에 달하는 4만 5,000원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수능 샤프가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수험생들의 간절한 염원과 합격에 대한 상징성을 품은 특별한 물건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