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에 '조건 없는 대화' 손 내밀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키이우 당국(우크라이나 정부)에 2022년 중단됐던 회담을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며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지체 없이 협상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대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대화 제안은 앞서 10일 유럽 5개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나 공동으로 러시아를 압박한 직후에 나왔다. 이들 정상은 기자회견에서 "12일부터 완전하고 무조건적인 30일 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및 은행에 대규모 새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제안과 제재안을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진영은 러시아의 진정성을 보이라며 응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X에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첫 단계는 휴전"이라며 러시아가 12일부터 완전하고 지속적인 휴전에 응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러시아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첫걸음이지만 충분치 않다. 휴전이 협상보다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초기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독대한 뒤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러 2차 제재를 거론하는 등 태세를 전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부(the whole thing)를 원한다며 협상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그 이상 중재에 관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재에도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 이번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