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강진 잔해서 생후 18일 아기 생환
베네수엘라를 덮친 연쇄 강진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후 18일 된 아기를 품에 안고 32시간을 버틴 어머니가 구조돼 현지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29일 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NBC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주에 거주하던 다야나 파티뇨는 지난 24일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했을 당시 갓 태어난 아들 후안 다비드를 안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한 흔들림으로 생각했지만, 곧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모자는 순식간에 잔해에 갇혔다.
파티뇨는 인터뷰에서 “아들을 안는 순간 건물이 붕괴했다”며 “왼쪽 다리는 콘크리트에 깔렸고 머리도 바위에 눌려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처음엔 살려 달라고 외쳤지만, 목소리가 밖으로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체력을 아끼기로 했다.
잔해 속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파티뇨는 아들의 코에 손을 대며 숨을 쉬고 있는지 반복해서 살폈다. 물도 음식도 없었고, 모유를 먹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아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버텼다고 했다. 몸 아래 깔린 성경책의 감촉도 그에게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게 한 버팀목이었다.
기적은 32시간 뒤 찾아왔다. 희미한 빛과 함께 오빠의 목소리가 들리자 파티뇨는 남은 힘을 모아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다. 구조대는 그의 목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확인한 뒤 잔해를 걷어냈고, 모자는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남편 헤르손은 붕괴 현장을 보고 아내와 아들이 모두 숨졌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을 다시 안았을 때 기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며 “두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피해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1719명이 숨지고 5032명이 다쳤으며, 이재민은 1만586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최소 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강진 이후 60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져 구조와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유엔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지안루카 람폴라 델 틴다로 유엔 베네수엘라 상주조정관은 “당국과 협의해 시신 수습용 가방 1만개를 확보하고 있다”며 “실제 희생 규모가 이보다 작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72시간은 지났지만, 구조대는 생존 신호가 확인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28일에도 7명이 추가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 지역은 임시 영안실마저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보관할 공간과 냉동 차량이 부족해 현장 수습이 지연되고 있으며, 전기와 수도가 끊긴 주민들은 촛불과 임시 조리 도구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폭우 예보까지 더해지면서 추가 붕괴와 산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위성 레이더 분석을 통해 최대 5만8870채의 건물이 파손되거나 무너진 것으로 추정했다. 참사 속에서 구조된 파티뇨 모자의 이야기는 절망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작은 희망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