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텀블러의 배신.."안은 곰팡이 천국"

일반적으로 물만 넣어 사용했기 때문에 굳이 세제를 사용하거나 수세미로 닦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처럼 ‘물만 넣었으니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일 수 있다. 입을 대고 직접 마시는 텀블러는 사용자의 침이 내부로 섞이게 되며, 입안에 상주하던 다양한 세균이 함께 들어가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여기에 손으로 텀블러를 자주 만지는 것도 오염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공공보건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제대로 씻지 않은 개인 물병이나 텀블러에서 연쇄상구균과 같은 유해 세균이 다수 검출된 바 있다.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서는 텀블러 사용 직후 세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단순히 흐르는 물에 헹구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며, 반드시 세척용 솔이나 수세미로 내부를 문질러 닦아야 한다. 특히 입을 직접 대는 뚜껑 부분이나 음료가 직접 닿는 병목 부위는 세균이 쉽게 자라기 때문에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대 랭건의료센터의 미생물학자 필립 티에노 박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텀블러처럼 반복 사용하는 물병은 세척을 소홀히 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에 ‘생물 막’이 형성돼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입이 닿는 부위까지 솔로 구석구석 닦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텀블러를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제를 활용한 세척이 권장된다. 을지대학교 간호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40도씨 정도의 따뜻한 물에 세제를 푼 뒤 세척솔을 이용해 닦았을 때 텀블러의 오염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세척솔만으로 닦은 경우에는 온수를 사용했더라도 세척 후 미생물이 일부 남아 있었고, 냉수를 썼을 경우엔 오염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처럼 물의 온도와 세제 사용 유무는 위생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척 후 건조 과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텀블러 내부에 수분이 남아 있으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건조시킨 후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뚜껑을 분리한 채 건조하거나, 깨끗한 행주 위에 거꾸로 세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는 방식이 좋다.
텀블러의 뚜껑 또한 주요 관리 대상이다. 특히 뚜껑 내부의 고무 패킹은 음료의 습기에 장시간 노출되기 쉽고, 이로 인해 곰팡이나 미생물 번식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다. 뚜껑 세척 시에는 반드시 고무 패킹을 분리해 세제와 솔을 이용해 닦고, 각각 충분히 건조한 후 다시 조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고무 패킹을 자주 세척하지 않고 사용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오염이 누적돼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텀블러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도구이지만,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만 마셨다고 해서 세척을 대충 넘기거나, 세제를 쓰지 않고 단순 헹굼으로 끝내는 습관은 오히려 세균 오염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세균이 더 빨리 번식하므로 위생 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올바른 사용법과 철저한 세척 습관을 유지한다면 텀블러는 건강한 여름을 돕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