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울린 '변희수 하사의 이름'

 2023년 3월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 3대 SF 문학상 중 하나인 필립 K.딕상 시상식에서 고(故) 변희수 하사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한국인이 쓴 한국어 소설이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최초의 사례로, 이는 한국 문학과 LGBTQ+ 인권 운동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되었습니다. 변 하사는 2020년 성전환 수술 후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뒤, 그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유산은 그를 기억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이 불린 시상식에서는 소설 '너의 유토피아'에 수록된 '그녀를 만나다'라는 대목이 낭독되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며 울었다. 그 말이 너무나 듣고 싶었다. 그녀가 행복하다고 하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 나는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은 단순히 개인의 행복을 넘어서, 변 하사의 삶과 죽음을 추모하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너의 유토피아'는 정 작가가 변희수 하사를 기억하며 쓴 소설로, 성소수자 인권과 사회적 변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나'는 120세의 할머니로, 과거 데모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인물입니다. 그녀는 우연히 '그녀'라는 인물의 팬미팅에 참여하게 되며, 그곳에서 폭탄 테러를 겪게 됩니다. 이 테러 사건 속에서 팬클럽 회장이 살해된 동지들을 애도하며 "그래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그들의 싸움은 계속될 것임을 다짐합니다. 이 장면은 변 하사의 삶과 죽음이 던지는 메시지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후 군대에서 강제 전역된 뒤,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운 인물로, 그가 겪은 고난과 그의 사망 후에도 여전히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소설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묘사됩니다.

 

 

 

변희수 하사가 사망한 2021년 3월, 그의 추모 행사는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청역에서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책을 읽으며 서울지하철 2호선을 한 바퀴 돌고, 이후 서울광장에 모인 이들은 "지치고 힘들어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는 다짐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날의 행사는 변 하사의 인권을 위한 싸움이 단순히 그가 죽은 뒤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정 작가는 그 자리에도 있었고, 그의 '싸우는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질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그가 꿈꾸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치정극'도 언젠가는 현실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설 '너의 유토피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회고하거나 추억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변희수 하사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너의 유토피아'는 성소수자들의 권리와 인권, 그리고 사회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성소수자 인권을 다루는 문학작품으로서,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한 개인의 투쟁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가 어떻게 문학에 담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변희수 하사의 추모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기리며,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는 변 하사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의미하며, 그의 삶과 투쟁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너의 유토피아'는 그를 기억하고, 그가 보여준 용기와 싸움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입니다.